#15 - 모든 것이 보일수록 프라이버시는 중요해진다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공개한다.
누가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 어떤 토큰을 샀는지, 얼마를 빌렸고 어디에 예치했는지까지 지갑 하나만 알면 따라갈 수 있다.
1️⃣ 모든 정보가 공개된 금융은 확장될 수 없다
초기에는 이것이 투명성으로 불렸다. 하지만 크립토가 개인의 투기를 넘어 금융 인프라가 되기 시작하자, 같은 특성이 약점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은 거래처와 자금 흐름을 경쟁사에 공개할 수 없다. 기관은 포지션과 주문을 시장에 미리 보여줄 수 없다. 개인도 월급, 자산, 소비 내역을 전 세계에 공개하고 싶지 않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온체인 주식, 기관 디파이가 커질수록 프라이버시는 선택 기능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된다.
2️⃣ 기관화는 반대편 수요도 키운다
재밋는 점은, 기관화가 강해질수록 동시에 그 반대편의 수요도 커진다는 점이다.
KYC와 거래 감시, 블랙리스트와 자산 동결이 온체인 금융의 기본값이 될수록, 일부 사용자는 허가 없이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프라이빗 화폐와 디파이를 찾게 된다.
제도권은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를 원한다. 비제도권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를 원한다.
3️⃣ 프라이버시는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거래 흔적을 감추는 기술이 아니다. 필요한 정보는 증명하되,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는 기술이다.
잔액을 보여주지 않고 담보가 충분함을 증명하고,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자격을 확인하며, 주문을 숨긴 채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다.
무엇을 숨기느냐에 따라 프라이버시는 다섯 영역으로 나뉜다.
1) 프라이버시 화폐/자산
Monero, Zcash, Zano
2) 프라이버시를 내장하는 범용 L2
Starknet, zkSync
3) 프라이버시 실행 체인
Midnight, Aztec, Aleo, Dusk
4) 기밀 연산 인프라
Zama, COTI, Arcium
5) 프라이빗 디파이 애플리케이션
Railgun, Tornado Cash
지난 사이클까지 프라이버시는 거래 기록을 숨기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다음 사이클에서는 다르다. 돈뿐 아니라 신원, 자산, 주문, 계약, 기업 데이터까지 온체인으로 올라온다. 공개 원장 위에 금융을 올리려면, 공개하지 않아야 할 것을 숨기는 층도 함께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그러나 더 많은 자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제 보여주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기관 주도 불장에서 프라이버시 수요는 지금 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